나는 술을 마신다. 거의 매일.
설사가 나오는 아침에는 다짐한다.
오늘은 절대.
지나치자고.
그런데 또 마신다.
술 한 잔 들어가기 전에는 기계다.
그리고 한 잔이 몸에 퍼지면,
그제서야 사람이 된다.
잊었던 ‘감정’이 살아 돌아온다.
이성이 마비된다.
그 기분이 좋다.
메마르게 산다.
냉정하게.
스스로에게 완벽하고자 한다.
불가능할 걸 알지만.
끊임없이 물어본다.
확인하고.
또 들여다보고.
그래야 편안하다.
알코올이 퍼지면 하나 둘, 띄엄띄엄 간다.
그렇다.
좋다.
숨어 있던 ‘감정’이 살아 나온다.
‘사랑’도. ‘아련함’도. ‘후회’도.
평상시에는 끄집어낼 수 없는 그런.
감히.
그런.
형용할 수 없는 그런.
매일이 술이다.
나이가 들어가니 더.
쳐 먹는 나이만큼 술도 늘면 좋겠구만.
소주 한 병이면 아쉽고.
두 병은 많고.
그 어딘가 적당히.
취하면 필름이 끊기니까.
이 기분을 놓치니까.
예전에는 죽어라 했는데.
예전에는. 그 시절에는.
쪽팔리고.
기억하기도 싫은.
그 시간에는.
숨 쉬는 것으로도 죄를 지은.
그 때에는.
간직하고 싶은 그 시절들.
굳이 꺼내지 않고 싶은.
회개하며 살고 싶은 그 시절의 나쁜 짓들.
세상에 얼굴 들이미지 말고.
그저 갇혀 살아.
그나마 용서될 수 있는 그 때.
그 시간들.
그날의 사람들에게 무릎 꿇고 죄를 고백하고.
그리고.
기억조차 용납되지 않을 수 있으니.
그저 조용히.
조용히.
갇혀 사는 것이.
속죄하는 것이라 믿으며.
동굴 속에서.
그렇게 산다.
그럼에도.
같이 사는 이들에게 미안해서.
그 시간들의 ‘업’을 나누는 것 같아서.
홀로 서기를 바래본다.
굳이 나쁜 것을.
……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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