나는 술을 마신다.
그냥.
언제부터였을까. 성곽이었나. 과시하기 위해서였던 듯. 철부지 시절에.
그 때.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.
이름들. 수많은. 기억들. 추억들. 성북동. 그.
돌아간다면 그 동네에 머물고 싶다.
술을 몰랐을 때는 석관동. 태릉. 그 시간들.
국민학교 2년 3개월이 삼켜버린 그 추억들.
축구부 시절. 그 시간. 그 외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데, 폭력때문에.
그걸 또 순순히 받아들였던. 어린 시절.
마냥 행복했던 그 시절.
평범한 회사원이 꿈이었던 그 순간.
격자 창문 위로 아스라이 구름이 걸쳐 있던 그 날들. 그냥 그 시간들.
술이 들어가면 석관동. 성북동으로 돌아간다.
방학동도 있는데. 안암동도. 그 길로 간다.
좁디 좁은. 그 때는 그렇게 넓었는데. 거대했는데. 너무나.
한독병원. 석계역. 그 시간으로 간다. 술을 마시면. 한 잔 들어가면.
아마도. 갈 수 있다면 거기로 가고 싶다.
이번 생은 망했다.
어떻게 더할 수 없이. 망했다.
다음 생은.
싫다. 이번 생보다 잘 살 자신이 없다.
남은 날들. 얼마인지 모를. 그날들.
그저 먼지처럼 있는 듯. 없는 듯.
그렇게.
부모님. 아이들.
미안함. 고마움.
없다.
그렇게 살다가 가고 싶다.
그렇게.
그저.
술을 마신다.
그냥.
이유없이.
왜 필요없이. 그냥.
그저.
그것밖에 할 줄 아는게 없어서.
속절없이.
마신다.
취하면 넋두리하고.
그냥 이번 생은 이렇게 마실란다.
불만은 없다.
받은 몫이 이것이겠지.
하고 싶은 것도 없다.
감정도 없다. 감동도 없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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